[찰스 스펄전 1879년 9월 14일 주일설교 발췌]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전 3:11)
건물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기초가 관건입니다. 어떤 건축가가 아무리 빠르고, 솜씨 있게 건물을 지었다 하더라도 기초가 부실하게 되었다면 그는 엉터리 건축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천천히 그리고 힘들게 건물을 짓더라도 기초가 튼튼하다면 그는 자랑할 만한 건축가인 것입니다. 영적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초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건축이라 할지라도 기초작업이 부실하다면 무너져 버립니다. 기초가 불안전한 건물은 높이 세우면 세울수록 그만큼 빨리 무너져버립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있어서 기초가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늘의 본문은 이에 대해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상부를 세우는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의 취향이나 판단에 의지할 수도 있겠지만, 기초는 유일한 것이어야만 합니다.
또한 건물의 상부 구조에 있어서는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할 수도 있겠지만, 기초작업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 기초는
“보라! 내가 한 돌을 시온에 두어 기초를 삼았노니”(사 28:16)라고 말씀하신 불변의 하나님께서 놓으셨기 때문에 영원히 불변하는 것입니다. 모든 기독교인들의 마음과 삶이 똑같은 형태와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고의 건축가들을 모아 놓는다 하더라도 그들 간에는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고전 3:11)
여러분은 상부구조에 관해서는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기초에 관한 한은 일치해야만 합니다. 오늘의 본문은 바로 이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극단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능히 다른 터를 닦아둘 자가 없느니라.”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다양한 교사들이 서로 다른 기초를 놓았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들이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럴 만한 자격이 없으며, 얄팍한 속임수를 부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 하였더라.”(행 4:12)
영원 전부터 하나님께서는 그의 독생자를 기초와 초석이 되게 하셨기 때문에, 그 깊이는 무한하여서 모든 사물의 본성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이미 그는 기초로 예정되었기 때문에 그 이외에는 어떠한 기초도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만세 전부터, 태초부터, 땅이 생기기 전부터 내가 세움을 받았나니”(잠 8:23)
세상에는 교회라고 불리는 것이 많이 있지만, 오로지 그리스도 위에 세워진 교회만이 참된 교회입니다. 어떤 공동체, 모임, 성직자단, 교파, 법인체가 자신을 교회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리스도 위에 세워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교회가 아닙니다. 제 아무리 사람이 많고, 오래되고, 재산이 많고, 지식이 높고, 자랑할 것이 많고, 견고하고, 유력하고, 독보적이라 할지라도, 그리스도 위에 세워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닙니다.
건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에서는 주 예수님이 첫째이며, 최고이십니다. 그의 백성은 그분께서 몸소 선택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뜻에 따라 사람들을 선택하여 백성으로 삼으시는데, 그리스도와 무관한 자를 백성으로 삼는 경우는 결코 없습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특별한 재산이 될 수 있는 근거는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와 관계하여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택함을 받을 수도, 사랑을 받을 수도, 영생을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스도와 결합하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영혼도 택함을 받았다 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백성들의 머리가 되시고 대표가 되시는 그리스도 예수의 영원한 뜻과 분리된 하나님의 교회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기초는 가장 먼저 놓여져야 하는 것처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먼저 놓여져야 합니다. 영원한 축복이신 그리스도 안에 있지 않고서는 결코 택함을 얻었다 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기초는 모든 것을 지탱해 줍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탱해 주시지 않는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보혈의 은총 이외의 것에 의지하여 구원과 영생을 얻으려고 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세상 모든 만물은 하나님에게서 났으며,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가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다는 것은 확실한 진리입니다. 구세주는 교회의 초석이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유일한 기반이시며, 우리의 힘이 되어 주시는 유일한 대들보입니다. 교회는 머리가 되시는 그리스도의 불멸하심에 의지하여 하루 하루의 생명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으며, 다시 살아나셨으며, 그의 백성을 지켜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우리는 그 약속에 의지하여 신자가 되는 것입니다. 천상과 지상의 모든 권능이 그분께 속하기 때문에 우리는 만방에 나아가서 전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돌아가신 그리스도에 의지할 뿐만 아니라, 영광 받으셔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며, 우리를 위해 통치하시며, 곧 흩어진 자들을 불러모으셔서 그 중에서 지배하실 그리스도께 또한 의지해야만 합니다. 참된 교회는 포도나무와 같이 오직 줄기가 되시는 예수님께로부터만 수액을 공급받아 가지를 살게 합니다. 다른 집회는 인간의 위대함에서 도움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교회는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에게서 도움을 얻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는 기초선에 따라야만 하듯이 모든 참된 교회는 그리스도에 의지하여 세워져야 합니다. 즉, 그리스도의 말씀과 명령을 최선의 지혜로 알고 따라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법은 곧 교회의 법입니다. 교황과 종교회의의 법령, 총회나 장로회의 또는 각종 집회의 결의, 그리고 개개인들의 법령 등은 제 아무리 훌륭하고 또 한번에 다 모은다 하더라도, 그리스도의 법과 다르다면 그것들은 공허한 바람이나 휴지에 불과한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그리스도의 권위를 손상하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명할 때에, 우리에게 명한대로, 우리에게 명한 것을 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나 왕이라 할지라도 교회 안에서는 아무런 권위도 있을 수 없습니다. 교회에서는 오로지 그리스도께서만이 지배하십니다. 만일 교회에 그리스도에 기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위대한 건축자이신 하나님의 계획을 망치는 것이며, 인간이 아닌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집을 손상시킬 뿐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한마디도 빠짐없이 모두 기초가 됩니다. 주님의 말씀은 늘 하늘나라에 거하며, 주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 후나 마찬가지로 늘 같으시기 때문에 주님의 권위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을 충실히 따르는 교회는 견실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가르침과 권위를 벗어나는 교회는 기초를 잃게 되어 교회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건축에 있어서는 기초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듯이, 참된 교회에서는 그리스도가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가옥의 경우에 창문 하나쯤 없어지고, 문을 폐쇄하고, 지붕 일부를 옮긴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것은 가옥일 수 있지만, 기초가 없어져 버린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가옥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초와 초석이 되시는 그리스도가 없어져 버린다면 그것은 이미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닌 것입니다. 그리스도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는 설교는 사기가 됩니다. 만일 그리스도는 뒷전에 쳐박아둔 가르침에서 기쁨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교회에서 그리스도는 알파와 오메가이십니다. 그분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시며, 시작이자 끝이신 분입니다. 참된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충실히 섬깁니다. 그리스도는 그들에게 있어서 전부입니다. 그들은 목사와 전도사에 대해서는
“그런즉 아볼로는 무엇이며 바울은 무엇이냐 그들은 주께서 각각 주신 대로 너희로 하여금 믿게 한 사역자들이니라.”(고전 3:5)고 말합니다. 성도 여러분은 이 진리를 확실히 아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도가 계셔야 할 곳에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적 그리스도입니다. 참된 교회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에게 지식과 웅변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나 그것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영광 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설교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 한 가운데에 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만족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참된 배우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교회가 주님께서 모욕 당하는 것을 보고도 만족할 수 있는 교회라면, 그것은 더 이상 그리스도의 순결한 배우자가 될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중심이 되시거나 결합의 끈이 되시지 않는다면, 아무리 인간들끼리 서로 결합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모두의 희망의 근거와 기초가 되시는 분입니다. 신자들과 목사가 결합했다고 해서 교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성도들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는 것은 몹시 좋은 일이며, 목사와 성도들 사이가 완전한 사랑으로 충만되어 있다는 것은 몹시 유익한 일이지마는, 그 관계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만의 사이에서는 어떠한 영광도 있을 수 없으며, 거기에는 맹목적으로 숭배해야 할 대상도 있을 수 없습니다. 신앙의 선생의 이론이나 견해에 의지하여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서는 하나님의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교회는 바울이나 아볼로나 게바에 기초해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에 기초해서 세워져야 합니다.
우리는 루터나 칼빈이나 웨슬레 혹은 휘트필드 등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을 믿는 자들로 구성될 때만 참된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교회에는 주님만 계셔야 합니다. 물론 목사, 장로, 집사, 교사, 복음 전도자도 하나님의 집을 구성하는 귀한 돌들이지만, 그리스도가 없다면 그것은 기초가 없는 것과 같아서 결코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성도들은 주님께만 나아가서 주님만 의지해야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 모든 것이 있어야만 교회가 바로 세워질 수 있으며, 거룩한 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배태시키는 씨앗이시며, 교회라는 가지가 뻗어 나오는 줄기이시며, 교회로 하여금 생명을 얻게 하는 머리이시며, 교회를 먹이는 목자이시며, 교회를 통솔하는 장군이시며, 교회의 남편이 되십니다. 즉, 그리스도는 당신의 피로 사신 교회의 만유 속에 계시는 만유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