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고 하나이며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나이다.”(Symbolum Nicaeno-Constatinopolitanum)
2017년은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주요 기독 언론사들은 2017년 기독교 10대 뉴스를 선정하면서 가장 먼저 ‘종교개혁 500주년’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위로 선정된 사건은 한 대형교회의 세습이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이자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는 교회가 종교개혁 신앙과 반대 방향에 선 것이 큰 이슈가 된 것입니다.
최근 본 연구소에도 참된 교회와 교회 안의 바른 신앙생활에 대한 문의가 와서 이 자리를 통해 답하려고 합니다. 핼버슨 전 미국 상원 채플 목사는 교회가 시대를 따라 ‘철학 - 제도 - 문화 - 기업’으로 변해왔다는데, 사실 교회는 매우 중요한 주제이면서 여러 오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려면 교회에 대한 참 의미와 성경적 교회의 모습을 살펴봐야만 합니다.
교회의 영어 단어인 ‘church’는 헬라어 ‘ekklēsia(에클레시아)’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죄악 세상에서 불러 모아진 성별된 자들의 모임’(교회용어사전)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와 예배당을 혼동하는데, 정확히 교회는 개개의 그리스도인이 모여 복수가 되었을 때 그 모인 그리스도인들을 의미하는 것이고 예배당은 교회가 예배드리는 장소인 것입니다.
비유로 설명하면, 사병과 부대 그리고 막사와 같이, 그리스도인과 교회 그리고 예배당으로 구분됩니다. 즉, 군인 개개인을 의미하는 사병이 모이면 부대가 되고, 그 부대의 사병들이 군대 생활하는 건물을 막사라고 하듯, 개개인의 그리스도인이 모이면 교회가 되고, 교회 성도들이 함께 신앙생활 하는 건물을 예배당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교회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고전 1:2)
위 구절 역시 교회의 의미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꼭 짚고 가야 될 부분은 성도와 교인의 차이입니다.
“여호와께서 정의를 사랑하시고 그의 성도를 버리지 아니하심이로다.”(시 37:28)에서의 성도와
“교인 한 사람을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마 23:15)에서의 교인은 천지차이입니다.
즉, 성도(saint)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버림을 받을 수 없는 그리스도인입니다. 하지만 교인(proselyte)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지 않아 죄로 인한 심판을 받게 되는데도 자신을 신앙인으로 착각해 심판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음으로 오히려 영원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운 종교인입니다.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성도와 교인의 차이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교회는 성도들의 무리이지 교인들의 무리가 아닌 것입니다. 그렇기에 교인들이 아무리 많아도 참된 성도들이 없다면 이는 하나님의 교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교회에 대해 표현한 아래의 성경 구절을 살펴보면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교회는 그의 몸이니”(엡 1:23)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엡 5:23)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요 15:5) “뿌리가 거룩한즉 가지도 그러하니라.”(롬 11:16)
위와 같이 교회와 그리스도는 머리와 몸, 또는 나무와 가지의 관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체(一體)의 관계입니다. 그렇기에 거룩해진 성도들의 무리만이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거룩하신 그리스도와 연합되기 위해서는 거룩해진 교회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거룩해지지 않은 교인들의 모임으로는 그리스도와 하나 된 교회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니케아 신조, 사도신경,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등 대표적인 기독교 신앙 고백서들 모두가 거룩함을 교회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로 동일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거룩함은 입으로만 ‘거룩한 교회나 성도’로 불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 5:48)는 말씀처럼 하나님과 같은 거룩함이어야만 합니다.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는 둘 다 동일한 은혜를 받기 때문에 그 둘 사이에는 서로 공유하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그 은혜의 기름이 처음 부어지는 머리는 그리스도십니다. 그러나 그 동일한 은혜의 기름이 그 옷 맨 가장자리 끝까지 다 흘러 들어갑니다. 그래서 아주 보잘 것 없는 성도라 해도 그 머리에 부어진 것과 똑같은 값비싼 양질의 거룩한 기름(聖油)를 소유하게 됩니다.”(찰스 스펄전)
위와 같이 스펄전도 그리스도에게 임한 동일한 거룩함이 성도에게도 공유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중요한 교회의 속성은 유일성과 보편성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교회가 존재하지만, 하나님 편에서는 단 하나의 교회 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몸이 여러 개가 아니기에 아래 구절처럼 단 하나의 몸, 즉 단 하나의 교회만 있는 것입니다.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롬 12:5)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몸이 하나요 성령이 한 분이시니”(엡 4:3,4)
물론, 시대별로나 지역별로 여러 교회가 존재합니다. 초대 교회에는 에베소 교회, 고린도 교회, 빌라델비아 교회 등이 있었고, 중세시대는 왈도파, 롤라드 등이 있었으며, 종교개혁 후는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이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 몸이니 이는 우리가 다 한 떡에 참여함이라.”(고전 10:17)는 구절처럼, 한 떡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된 교회라면 모두 한 교회입니다.
“눈에 보이는 지역 교회들과는 별도로 유일한 교회(the church)가 존재합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영적이고 보이지 않는 교회의 일원이 되지 않고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입니다.”(마틴 로이드 존스, The Church and the last things 중)
20세기 최고의 강해설교자로 알려진 로이드 존스 역시 위와 같이 하나님의 교회의 유일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가시적인 교회들의 일원인 교인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스도의 몸인 유일한 하나님의 교회의 일원만이 그리스도인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외형적 신앙인인 교인과 참된 신앙인인 그리스도인의 구별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장로는 전화 통화에서 ‘왜 남의 교회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회를 비판하려면, 등록교인이 된 뒤 내부로 들어와서 비판하라’고 강변했다.”(중앙일보, 2017. 11. 14)
위의 기사의 한 장로처럼 ‘내 교회’와 ‘남의 교회’를 구분하는 교인들이 많은데, 이는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참 의미를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교회의 속성은 사도로부터 이어온 교회입니다. 즉, 초대 교회로부터 시작하여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 등 하나님이 쓰신 믿음의 선진들의 신앙의 유산을 공유하지 못하면 바른 교회로 설 수 없습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1~3)
하나님은 위와 같이 당신의 자녀들 곧 교회들이 연합하여 한 몸이 되는 것을 선하고 아름답게 보시며 영생의 복을 내리십니다. 많은 교회들이 위의 구절을 잘못 인용하여 자기 교회 내 교인들을 통제하는데 남용하기도 하는데, 위는 명백히 유일한 하나님의 교회와의 연합을 의미하지 어느 특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개교회적 연합이 아닌 것입니다.
“교회가 공식적으로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성령 강림의 날’이며, 그 이후 예루살렘을 비롯한 각지에 교회, 즉 신자의 공동체가 형성되어, 마침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종교학대사전)
위의 설명처럼, 초대 교회는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에 예수님의 제자들은 성령 없이 몸으로만 예수님과 함께했기에 어려움이 오자 모두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성령이 임한 후에는 사람들이 제자들을 비로소 '그리스도인을 닮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그리스도인'으로 불렀고, 그리스도인이 된 그들로 인해 교회가 시작된 것입니다.
“너희가 이같이 어리석으냐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이제는 육체로 마치겠느냐”(갈 3:3)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마 15:8)
교회의 타락은 성령으로 시작한 교회가 육체, 곧 사람의 영향을 받을 때입니다. 입술로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마음은 예수님이 아닌 사람의 영향을 받고 산다면 그리스도를 머리로 따르는 참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요”(롬 2:28)라는 구절처럼 표면적인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교인일 뿐입니다.
“성도는 그 마음이 늘 주님의 동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위로자가 되어야 합니다. 가는 곳마다 그리스도의 빛을 지니고 다니며 주변에 행복을 퍼뜨려야 합니다.”(찰스 스펄전, 1862년 9월 28일 주일설교)
인류의 행복을 위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가진 그리스도인을 통해서는 행복이 전달됩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을 품은 표면적 그리스도인들을 통해서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거나 마음을 닫습니다. 그렇기에 이 시대에는 어느 때보다 성령으로 거듭난 참된 그리스도인이 필요하며,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아닌 성령의 인도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야 합니다.
“너희는 주께 받은바 기름 부음이 너희 안에 거하나니 아무도 너희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오직 그의 기름 부음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가르치며”(요일 2:27)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요 14:26)
위와 같이 참된 하나님의 교회 안에서 가르치는 존재는 오직 성령뿐입니다. 물론, 목회자와 교사들도 있지만 그들은 성령의 도구가 되어 가르치는 존재이지 그들 스스로가 가르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만일 누구라도 성령으로 말미암지 않고 스스로 가르친다면 하나님을 대적하는 위치에 서게 되며, 그 가르침을 받는 자들 역시 하나님을 대적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하나님의 교회는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유일한 몸으로 그리스도의 영 곧 성령의 인도를 따라 온 인류를 위해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을 세상에 밝히고 영원한 행복을 전하는 거룩한 성도들입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의 바른 신앙생활 역시 사람에게서 벗어나 오직 성령의 가르침을 받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살아갈 때 가능한 것입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빌 2:13)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갈 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