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저기를 바라봐! 저기 빛나는 저 별 말이야!”
여기 이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땅에서 하늘로...
그들의 눈은 늘 하늘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하늘을 잘 알았고,
밤 하늘의 총총히 박힌 별도 다 헤아렸습니다.
2천년 전 구세주의 별은 그들의 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동방의 박사들...
“뭐라고? 유대인의 왕이 나셨다고?”
여기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교만한 그의 눈은 언제나 땅을 향해 있었습니다.
천하를 호령하고 뭇 백성을 다스리면서
그는 세상과 욕망에 밝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에 대해서는 너무 어두웠기에,
자신의 구원자이신 아기 예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가 바로 헤롯이었습니다.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
오랜 옛적부터 사람들을 주목시킨 것은 땅이었습니다.
땅의 소산을 자랑스럽게 여긴 가인처럼,
숱한 사람들이 땅에 소망을 두고 땅을 갈았고
수고의 땀을 땅에 흘리며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
땅에서 숨쉬다가 땅에서 죽어 갔습니다.
그리고 땅에 묻혔습니다.
그렇게 땅에서 태어난 수많은 육체들은
모두 땅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요?
사랑과 우정, 기쁨과 만족, 행복과 환희를
맛보게 해주었던 영혼은 어디서 쉬고 있을까요?
오래 전 뉴욕의 할렘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뉴욕...
그 그늘 아래 흑인들이 어둡게 살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그 유명한 할렘가였습니다.
백인들 대부분이 가기를 꺼려하는 그곳에
어느 날 백의의 천사처럼 한 여인이 들어갔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던 그 여인의 눈에
고개 숙여 울고 있던 작은 흑인 소년이 비취었습니다.
“애야 왜 그렇게 울고 있니?”
부드러운 여인의 목소리에 소년은 눈을 들었고
곧 한쪽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습니다.
소년이 가르킨 곳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어우러져
놀고 있었습니다.
“너는 왜 저 아이들과 같이 놀지 않니?”
더욱 궁금해진 여인의 질문에
소년은 말없이 자기 다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소아마비였습니다.
걸을 수 없었기에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걷지 못하는 아이의 다리 앞에서
그 여인은 도저히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여인은 깊이 생각하더니
아이의 다리를 치료해줄 사람을 찾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곳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여인의 애틋한 정성 탓인지
한 유명한 소아마비 의사가 도와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것도 한 푼도 받지 않고...
결국 기적적으로 소년의 다리는 회복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아이들처럼 뛰놀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어울려 뛰노는 소년의 모습에
여인과 의사도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한 해 두 해... 10년이 지났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뉴욕의 한 겨울밤...
추운 바람에 모두들 코트 깃을 치켜 세우고
바쁜 걸음을 걷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두 사람이 마주쳤는데
서로 알아보고는 매우 반가워했습니다.
그때의 그 여인과 의사였습니다.
두 사람은 곧 가까운 커피숍으로 갔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곧 자연스럽게 소년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히리안은 지금 어디 있죠?”
소년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의사 앞에서
여인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이제 다 컷을텐데 혹시 의사가 되었나요?”
여인이 더욱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럼 혹시 교사가 되지는 않았나요?”
여인의 고개가 힘없이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그럼 회사에 다니나요?”
여인은 더이상 숨길 수 없었던지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그는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놀라는 의사의 얼굴을 조용히 주목하며 여인의 말은 이어졌습니다.
“선생님 히리안은 그 동안
불량아이들과 어울려 강도짓을 해왔습니다.
얼마전에는 사람까지 죽여서 그만...”
잠시 침묵이 흘렀고,
여인은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는 사라졌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히리안의 다리만 낫게 해 주었지
그 다리로 어디로 걸어가야 되는지는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건강한 다리보다 어느 길로 가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육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땅의 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하늘의 일입니다.
땅에 주목하고 살아가는 헤롯이 되겠습니까?
별을 바라보고 사는 동방박사들이 되겠습니까?